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이 1980년, 의과대학 2학년 때인 스무 살 무렵이었다. 올해가 2010년이니까 그때부터 정확히 30년 동안 음악을 해온 셈이다. 나이도 50이라는 딱 좋은 숫자가 되었다. 정말 쉰이라는 나이가 되었는지 믿을 수 없는 기분도 든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버린 30년 동안, 나는 영화, 다큐멘터리,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음악의 제작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편곡, 프로듀스, 작곡, 연주 등 수많은 분야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새롭게 배우고, 흡수하고, 뼈아픈 체험도 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도전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내 눈앞에는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체험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 차 있다.

내 음악에는 축이 많이 있다. 수학에서의 x축, y축, z축 처럼 말이다. 때로는 x축이 라벨(Ravel)이고 y축이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이기도 하다. 때로는 x축이 바흐(Bach),
y축이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가 되기도 하고, x축이 인더스트리얼, y축이 시끄러운 소리, z축이 일렉트로니카가 되기도 한다. 물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그때마다 가고 싶은 장소가 생기거나 그 축이 늘어나기도 한다. 음악이 3차원, 4차원적으로 넓어지고 스스로 예측하지 못했던 곳까지 도달하게 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발견도 하게 된다. 경험하지 못한 음악적 영역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고 기존의 영역에 대해서도 더욱 많은 일에 도전하고 싶다. 확고한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고 폭넓은 감성'을 지니고 있다면, 보고 있디만 해도 기분 좋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기를 항상 꿈꾼다.

나의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의 축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고 예측 불가능한 삶 속에서 직진하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행운의 좌표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의 자세로 멈추지 않는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이 나의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면 때로는 그 음악이 누군가에게, 또 무엇인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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